안경도감

격려사

제목[국문] 격려사 (이어령 전 보건복지부 장관)2022-01-2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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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와 기계는 인간의 몸을 확장 연장한 것”이라고 말한다.
안경을 보면 정말 그런 것같다. 그것은 자신의 눈이며 얼굴의 일부이다.
안경이 언제 만들어진지 확실하지 않지만 처음부터 그것은 단순한 실용품만이 아니라 자신의 신분상징이나 장신구로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키피디어의 인터넷 백과사전을 보면 1306년 2월23일 수요일 아침에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필렌체교회의 설교중에 수도사 프라조르다노 디 리발토가 안경에 대하여 말하는 대목이 있다.
“20년 안에 생긴 발명이며 발명자와 이야기를 나눴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그러니까 13세기말 이탈리아에서 안경이 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중세 때의 안경은 지식과 교양의 상징으로 되어 있어 안경이 발명되기 이전의 성인 초상화에도 안경을 그려 넣은 것”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안경효과는 발명초기가 아닌 오늘에도 연예인이나 특수한 직업을 지닌 사람의 캐릭터로서 이용되어 왔다.
더구나 안경은 개화문명과 함께 한국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시력교정의 도구나 장신구라기보다는 서구화의 신조류를 상징했다.
그래서 안경을 개화경(開化鏡)이라고 불렀고 안경을 쓰고 다니는 신식 신사들을 개화꾼이라고 불렀다.
금테안경에 단장을 들고 다니는 것이 근대화의 사회적 풍습으로 소설이나 연극영화의 빼놓을 수 없는 소도구로 사용된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안경을 쓴 캐릭터를 안경잡이의 일본말인 메가네꼬 (megane kko)라고 부르는데 이 말이 전 세계에 퍼져 통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 안경은 발명국인 이태리의 패션이나 서구사회 못지 않게 아시아 국가에서도 그 중요성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안경이 동아시아에 처음 소개 되었을 때에는 그 충격이 컸던 것같다.
1571년 포르투갈 선교사 프란시스 가브랄이 일본에 처음 상륙하였을 때 주위를 보기위해서 안경을 꺼내 쓰자 서양 사람들은 눈이 네 개나 달린 괴물로 소개되었고 그 광경을 보기 위해서 5천명 가까운 인파가 모여들었다고 한다.

서양에서도 안경은 구텐베르크가 새로운 인쇄술을 발명하여 책이 생기고 성서를 보통 신자들도 읽을 수 있게 되면서 퍼지게 된다. 책과 안경은 서로 비례하여 보급되었기 때문에 자연히 안경은 지식인 학자의 상징이 되었고 거래를 하기 위해서 책을 읽는 상인들도 많이 생겨 수도원의 도서실이나 귀족의 책상위에서나 볼 수 있었던 안경이 시중에 나와 돌아다니게 된다.
지식이 그만큼 보급되었다는 증거이며 독서등 눈을 혹사하는 문화적 장치가 많이 늘어났다는 의미이기도 한다.
안경으로 상징되는 근대 문명은 그만큼 시각중심의 문화적 성격을 나타내는 것으로 소인국에 표류한 갈리버가 호주머니에 안경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서 크게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이것만 있으면 희망이 있다”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도 분명히 읽을 수 있다.
대중 오락시대에 들어오면 안경은 종교인이나 학자 지식인이 아니라 대중문화 스타들의 패션과 캐릭터 그리고 아우라를 만들어내는 장치로 사용된다.
멕아더 장군의 색안경은 일본 점령군의 사령관으로서의 카리스마를 만들어내었듯이 로이드와 같은 희극배우는 안경테의 모양이 바로 그 배우의 상표로 화한 예이기도 하다.
일일이 열거할 필요 없이 안경은 동서 가릴 것 없이 중세부터 오늘에 이르는 문명의 거울이요 인물의 캐릭터로서 작지만 중요한 문명 도구의 상징으로 우리의 생활사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그런데도 너무나 일상적이고 너무나 흔하게 보는 것이 안경이어서 그것을 수집하고 정리하고 연구하여 보존할 생각은 별로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종류도 많고 그것을 사용한 유명인들도 많아서 누군가 안경수집을 하려 든다면 바다에서 좁쌀 하나를 건지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일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불가능할 것만 같은 일에 도전한 이정수 선생의 용기와 집념은 가히 상찬할 만하다고 하겠다.
전 세계의 유서 깊고 희귀한 사연과 역사적 배경을 간직하고 있는 안경을 수집하여 지역별, 시대별로 집대성하려는 기획은 안경사를 정리하는 쾌거라 할 만하다.
이정수님이 수집 정리한 안경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인물사요 지성과 문화의 역사 그리고 생활의 유행 풍속을 기록한 박물관과도 같은 것이다.
한사람의 힘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묵묵히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온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세계의 안경 컬렉션을 담은 이 책 한권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너무나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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